늦은 저녁 불 꺼진 어선들로 조용한 통영 강구안.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에서 본 나폴리 모텔이 반갑다.
나폴리 모텔 옆 활어시장 골목
중앙시장에는 더 큰 횟집/수산물 가게도 많지만,
이 골목은 소규모 노점들이 주를 이룬다.
향긋한 멍게나 먹어볼까 했는데 파장 직전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한 곳 찾아 멍게/해삼/낙지 주문.
낙지가 힘이 넘쳐 바구니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근처 충무순대에서 순대도 주문하고.
강구안에 참 많은 충무김밥집이 있으니
맛이나 보자고 김밥도 주문.
김밥집만큼 꿀빵집도 많으니 기념으로 꿀빵도 구매.
수퍼에 들러 맥주도 좀 사고.
야식치고 좀 많은가?
2010 Ghost Pines Chardonnay Winemaker's Blend
소노마/나파/몬터레이 포도 섞은 샤도니.
부드럽지만 산미 부족하고 오크 힘 빠져 밍밍한 샤도니.
오독오독 씹는 맛에 먹는 해삼은 그렇다쳐도
아직 철이 아닌지 비싸고 향 부족해 아쉬운 멍게.
미국 샤도니와 매치했더니 오크향에 멍게의 짠맛만 더 도드라진다.
평소 음식 본연의 맛을 해친다며 무시했던 초장이 그립다.
여전히 힘이 넘치는 낙지는 눈까지 껌벅인다.
음식 가리지 않지만 참 징그럽고 쫄깃하다.
아직 그 맛을 모르겠지만 몇십년 전통이라니 먹어본다.
무/오징어 이외 어묵도 충무김밥과 먹는건줄 몰랐다.
평소 못먹는 오징어/어묵도 오늘은 실컷 먹어주고.
순대는 평범한데 야채도 있고 부속 고기가 참 실하다.
조용했던 전날밤과 달리 다음날 오전 사람들로 가득찬 강구안 문화마당.
항구 전망 모텔들의 터무니 없는 가격과 한 개 천원 꿀빵은 안쓰럽지만,
골목 곳곳 맛난 집들과 후한 인심과 활기가 넘치는 재밌는 강구안.
13.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