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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8.

맛집 리스트 3 - 함박스테이크



어릴적 외식보다는 집에서 엄마가 해준 반찬으로 더 친숙한 함박스테이크.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갈아 뭉쳐 만들기 때문에 (등심 스테이크보다 높은 엔트로피ㅋ) 가격 저렴하고 맛도 다양하지만,
반숙 계란후라이, 넉넉한 소스(주로 데미그라스), 쌀밥을 함박과 함께 내는것은 표준으로 자리 잡은듯하다.

다양한 종류의 함박스테이크가 있지만 대략 3가지로 분류해보면,
첫번째는 두툼한데도 타거나 덜익은 부위 없이 고른 식감이 특징인 일본식 함박,
두번째는 일본식 함박을 기본으로 불맛과 터프한 식감을 강조하는 한국식 함박,
마지막으로 예전 추억 속 경양식당의 명맥을 근근이 잇고있는 기사식당 함박이 있다.
일본식 함박은 한국에서 인기가 없었지만 최근 일식 붐과 함께 서서히 늘어가는 추세.
한국식은 밋밋한 일본식 함박에 불맛을 강조하고 캐주얼한 플레이팅으로 젊은층에 어필하고있다.
이에 비해 기사식당 함박은 식당 수와 품질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소박한 식당에서 오래전 경양식당의 격식을 마주하노라면 추억과 아타까움이 교차한다.

개인적으로 일본식 함박스테이크(함바구스테키 ハンバーグステーキ)를 선호하는데,
아마도 어릴적 동경했던 경양식당 함박스테이크와 비슷할것 같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햄버거 패티나 떡갈비와는 다른 함박스테이크만의 고유한 형식미에 매료되었기 때문.
일본식은 고기를 잘 갈고 치대 촘촘하고 균일한 식감의 함박을 만들어,
겉은 태우지 않으면서도 안쪽까지 고르게 익혀 균일한 식감을 만들어야한다.
함박소스는 묵직한 풍미의 데미그라스를 선호하는데,
과하게 새콤하다싶으면 반숙 계란 노른자를 더해 산미를 덜고 녹진한 식감을 더한다.
함박도 엄연한 스테이크이니 샐러드는 전채로 따로 내야하고,
가니쉬는 향 진한 숙주는 피하고, 당근/브로콜리 등을 조리해 함박과 비슷한 식감을 유지한다.
함박에는 빵보다 쌀밥이 더 잘 어울리는데, 새콤한 데미그라스 소스가 쌀알을 코팅해 맛나기도하지만,
입안에서 부서지는 함박 고기와 쌀알의 크기가 비슷해 식감이 자연스럽기 때문.
원 플레이트에 함박/야채/밥을 다 같이 담지 않고, 각각 따로 담아 내는게 일본식 함박.



꿈 꿔왔던 경양식 함박스테이크의 원형 후쿠오카 만텐보시.
차분한 맛의 함박스테이크는 물론이고, 식전 빵부터 후식 커피까지 허투루 내는법이 없다.
예전 한국에도 지점이 있었다는데 이제는 철수했다니 안타까운뿐ㅠ
좀더 터프한 스타일의 함바구스테키가 먹고 싶다면 후쿠오카 바쿠레를 추천.



한국에서 만텐보시 스타일과 가장 가까운 구의동 경양식당.
원 플레이트에 함박/야채/밥을 모두 담은 것은 한국식이라 어쩔수 없지만,
야구공처럼 두툼한 함박이 고르게 익어 균일한 식감을 내는 것은 놀랍고 반갑다.
게다가 불맛 없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는것이 풍부한 육즙 상당히 고소하다.
후쿠오카 바쿠레의 터프한 식감과 만텐보시의 차분한 소스를 합쳐 놓은것같기도하고.


구의 경양식당보다 좀더 한국식 함박스테이크에 가까운 성신여대 앞 윤휘식당.
구의 경양식당과 비슷하니 훌륭한 육질에 불맛을 더해 젊은 친구들에게 어필하고있다.
플레이팅은 오히려 구의 경양식당보다 일본식에 가까워 밥/샐러드 따로 내니 참으로 좋구나.
맛난 함박에 사이드 다양하고 가격까지 저렴하니, 한국식 함박의 성공여부를 확인할수있는 바로미터.
그밖에 성수동 윤경양식, 천호동 오늘경양식 등도 번창해 더 많은 젊은이들이 맛난 함박 맛볼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기사식당 함박스테이크의 원탑 다래함박스텍.
돼지고기 위주의 함박 맛을 따지기보다는 달달한 소스와 푸짐한 양으로 즐기는 저렴한 한끼 식사.
소박하지만 활기찬 식당 분위기도 좋고, 스프/콩나물국/샐러드/밥 따로 내는건 더 좋다.
추억속 경양식 함박이 점차 사라져 슬펐는데 이젠 웃으며 보내줄수 있을것같다.
(특정 시간 특정 음식에 대한 개인적 느낌임을 밝힙니다)


맛집 리스트 1 - 난자완스
맛집 리스트 2 - 오향장육
맛집 리스트 3 - 함박스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