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을 때 호주 쉬라즈(Shiraz)는 단연 최고였다 - 와인 지식이 전무한 초보자를 무장해제 시키는 직설적인 과실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까지. 고기 구워 먹을때마다 함께 했던 호주 쉬라즈들은 모두 흐믓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후 환율 상승으로 한동안 손이 가지 않았다가 최근 환율 추이를 보니 이제 다시 호주 쉬라즈를 마셔야할때가 왔다!
지난 5년간 호주 달러 환율 추이
(네이버 금융)
호주의 대표적 와인 산지
호주 쉬라즈의 역사를 대표하는 남호주(South Australia)에 위치한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에서 19세기 중반, 포도 농사라곤 지어본적도 없는 독일계(지금의 폴란드 지역) 이주자들이 시행착오 끝에 - 독일사람이니 당근 리슬링(Riesling)부터 시도했으나 바로사 밸리의 뜨거운 태양에 알콜 도수가 너무 높아 포기 - 쉬라즈를 재배하기 시작함으로써 초기 포트(Port) 스타일의 주정강화 와인이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20세기 중반에는 좀더 서늘한 쿠나와라(Coonawarra), 패써웨이(Padthaway) 지역의 까쇼(Cabernet Sauvignon)가 주목을 받으면서, 바로사 밸리 쉬라즈는 라벨에서조차 그 이름이 사라질 정도로 촌스러운 와인으로 치부되었다고한다. 이후 80년대 후반부터 소규모 부띠끄 와이너리들의 올드 바인(old vine) 쉬라즈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과실/초콜렛/스파이스 진한 바로사 밸리 쉬라즈가 호주 와인의 이미지를 대표하게 된다. goo.gl/tg1TV
바로사 밸리 전경
남호주 지역 특히 바로사 밸리에는 필록세라가 퍼진 적이 없어, 지금도 관광객이 뜸한 지역에는 100년도 더된 오래된 포도나무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다고한다. 수령이 몇십년이나된 포도나무는 고품질(농축/숙성력)의 포도를 생산해내기도 하거니와, 100년 이상된 포도나무는 역사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겠다. 과거 오래된 포도나무를 뽑아내고 어린 나무를 심은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얄룸바(Yalumba)를 중심으로 올드바인 헌장(Barossa Old Vine Charter)을 제정하여 보존에 힘쓰고 있다. goo.gl/G49gI
Langmeil의 올드 바인 쉬라즈. 수령 100년 이상인듯
바로사 밸리에는 쉬라즈와 함께 그리나쉬(Grenache),무베드르(Mourvedre)를 함께 블렌딩한 론(Rhone) 스타일의 GSM/SGM(블렌딩 비율에 따라)도 유명하고, 화이트 품종인 비오니에(Viognier)를 소량 블렌딩하기로도 유명하다. 까쇼도 물론 재배하고, 서쪽에 일부 포함된 에덴 밸리(Eden Valley)에서는 리슬링이 유명하단다. 마셔본 바로사 쉬라즈를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중저가,어린 와인만 마셔 그런지) 쉬라즈만 몰아 마시면 단조로울수 있지만, 다른 품종의 와인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개성있는 매력적인 와인 품종임에 틀림없다.
2006 Kilikanoon Shiraz Reserve R, Barossa, Australia
첫 느낌에선 과실은 두드러지지않고, 허브/유칼립투스(동석자가 유칼립투스를 뜯어봤나보다..영광)에 진한 한약/에스프레소. 알콜이 살짝 튄다는 의견도 있음. 힘이 있고 당도는 살짝 높은편. 시간이 지나 블루베리케익, 진한 블랙 과실이 풍성하게 피어오른다. 맛있지만 역시 더 기다리는게 좋겠다. 2011/9
신선하면서도 아주 잘 익은 블랙/레드과실과 우아하고 부드러운 탄닌감(첫 모금 강하단 의견도 있었음). 15.5도의 알콜조차 거슬리지 않는 훌륭한 발란스. 과실 위주 스타일로 더 두어봤자 지향점이 다른 메독의 풍미를 보일리 없을 것 같고, 앞으로 몇년간 비슷하게 맛나겠다. 2011/12
2001 Elderton Command Shiraz Single Vineyard, Barossa, Australia
달다 but 우아하긴하다(어제 마시 콜라+포두주스같은 96데드암과 비교되어). 달달함속에 cool freshness or 민트. 풍부하고 다양하다. 96데드암보다 넘 부드럽다. 만족스런 노즈에 비해 팔라트는 좀 달고 살짝 산만. 2012/8
분명 우아하고 힘도 있는데 문제는 들큰한 당도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졌다. 얼마전 마신 데드암보단 우아하지만 역시 올드한 스타일인데 이런 와인은 정말 오래 묵혀야 밸런스를 뽑아낼수있다는게 문제. 아슬아슬한 밀키함(???)이 매력적. 2013/1
2009 Schild Estate Shiraz, Barossa, Australia
몇년전 2nd label을 아닌 척 속인 마케팅 건도 있고, 지난 워커힐 구름위의 산책에서 맛본 멜럿도 별로라 그닥 기대안했는데, 역시 맛난 쉬라즈임에는 분명하다. 아직 어려선지 우아함은 조금 부족해도 같이 마신 몰리두커 박서 못지 않다. 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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