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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21.

일본 후쿠오카/규슈 맛집 여행 3 (장어덮밥)


 일본의 대표 음식은 스시 すし, 후쿠오카 福岡의 대표 음식은 돈코츠 라멘 とんこつ ラーメン이라지만, 개인적으로 후쿠오카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장어덮밥 (우나동 うな丼)이다. 스시나 돈코츠 라멘은 한국에서도 일본 못지 않게 맛난 곳이 많지만, 장어덮밥은 아직 후쿠오카 만큼 맛난 곳을 한국에서는 찾지 못했다 (특급호텔제외). 그 이유를 추정해보면 아마도 한국에서 장어는 숯불구이가 대세이고, 일본 처럼 덮밥 (돈부리 どんぶり)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으며, 간장 소스보다 강력한 밥도둑 고추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특제 소스 발라 숯불에 잘 구운 장어는 장어 기름의 고소함과 숯향의 조화가 예술이지만, 기름진 쌀밥과 함께 먹어야 드디어 밸런스가 완성된다. 스타일에 따라 장어 먹고 남은 밥에 녹차를 부어 말아 먹기도 하고 (오차즈케 お茶漬け), 어떤 곳은 아예 구운 장어와 함께 밥을 쪄내기도한다(세이로무시 せいろ蒸し). 이렇게 맛난 장어덮밥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인데, 2천엔 미만의 장어덮밥 도시락도 있지만, 유명한 장어덮밥 집은 3천엔대이고, 다양한 구성의 정식을 먹는다면 5천엔은 훌쩍 넘을 것이다.

다이마루 大丸 백화점 식품관의 장어 도시락 가격



 후쿠오카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장어덮밥 집은 아마도 요시즈카 우나기야 吉塚うなぎ屋 일것이다. 나카스 中洲 강변에 위치한 비교적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장어덮밥 집으로, 개인적으로는 장어보다 장어 간 꼬치 (키모야끼 肝やき), 장어 계란말이 등이 특이했다. 제대로 못 만들었는지, 처음이라 맛을 모른것인지 오차즈케는 실패. 그밖에 나카스카와바타 中洲川端 역 근처 빈초 備長에서는 나고야 名古屋 히츠마부시 ひつまぶし 스타일의 장어덮밥을 먹을수 있다고한다. 나가하마 長浜에서 라멘 먹고 우연히 지나친 우나기노 키시가와 うなぎのきしかわ도 동네에서 나름 유명한듯하다.

요시즈카 우나기야 吉塚うなぎ屋



 사실 가장 좋아하는 장어덮밥 집은 후쿠오카시에서 니시테츠 텐진-오무타선 西鉄 天神大牟田線 타고 한시간 거리의 야나가와 柳川 시에 있다. 수로가 많은 아담한 동네로 따듯한 봄이나 서늘한 가을 뱃놀이를 즐긴후, 원조 모토요시야 元祖 本吉屋에서 장어찜밥 (세이로무시 せいろ蒸し)을 먹어보자. 숯불에 잘 구운 장어를 밥과 함께 쪄내는데, 장어도 맛나지만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장어의 풍미가 한톨한톨 베인 밥맛이 더 예술이다. 옛스러운 외관에 비해 넓고 쾌적한 실내에서 인공미 덜한 정원을 바라보며 먹는 장어라 더 맛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점은 사악한 가격 이외에도, 주문후 조리 시간이 꽤 길어서 국(스이모노 吸い物)과 맥주가 다 식어버렸다.

원조 모토요시야 元祖本吉屋



 혹시 벳부 別府나 유후인 由布院에 온천 여행을 가게된다면, 하루 이틀 시간을 내어 한적한 시골 마을 히타 日田에 묵어보자. 에도시대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마메다마치 豆田町를 걷다보면 장어 굽는 연기에 이끌려 센야 千屋에 오게될텐데, 아쉽게도 기차 시간이 촉박해 입맛만 다시고 떠나야했다. 나고야의 히츠마부시와 비슷한 방식으로, 여기서는 히타라 히타마부시 日田まぶし라고 부른다고한다.

센야 千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