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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6.

일본 후쿠오카/규슈 맛집 여행 1 (왜 후쿠오카인가?)


 일본 남단 규슈 九州 섬 후쿠오카 福岡 시의 매력은 무엇일까? 후쿠시마 福島에서 멀리 떨어져있어 방사능 오염이 덜 할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그래봤자 후쿠시마 주변 야마가타 山形나 이바라키 茨城 현의 쌀/사케가 후쿠오카 식당마다 유통될지도 모를 일이고... 그럼 비교적 저렴한 교통비? 만약 내가 부산에 산다면 매주 후쿠오카에 놀러갈것 같긴하다. 시간 여유만 있다면 요금 저렴한 페리 배편 이용하고, 저가항공사의 부산-후쿠오카 항공권 특가 행사도 많으니 교통비 걱정은 없을테니까. 물론 서울에 산다면  교통비 메리트는 반감되어, 간만에 여행이라면 후쿠오카 대신 오사카/교토/도쿄를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부산-후쿠오카 페리 비틀의 실내 1층



 개인적으로 후쿠오카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박함'에 있다. 아주 오래전 도쿄의 어느 기차역에서 잠깐 길을 잃어 당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일단 아무 출구로 나왔는데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규모의 건물들과, 정말 말 그대로 개미처럼 수많은 사람들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물론 길을 잃어 더 정신 없는 상태). 그에 비하면 후쿠오카시는 규모면에서 참 '아담한' 편이다. 쇼핑과 맛집 투어는 지하철 텐진 天神역과 하카타 博多역 주변만 누비면 되고, 밤거리는 나카스 中洲 강변 야타이 屋台나 추오구 다이묘 中央区 大名만 돌아다니면 된다. '아담한' 규모에 맛집/쇼핑몰 몰려있으니 정비된 버스/지하철에 약간의 도보로도 다양한 모습을 즐길수있다. 그렇다고 규모가 아담하다고 해서 촌스럽거나 유행에 뒤쳐진 것도 아니다. 분명 도쿄의 긴자에 비하면 화려함은 덜 하겠지만, 텐진역에 몰려있는 이와타야/파르코/미츠코시/다이마루/솔라리아 백화점을 다 돌아보고 나서 퀄리티를 논하는 것도 늦지 않다. 참고로 쇼핑은 잘 모르지만 와인에 관심이 많아 최근에 샴페인 시음회에 참석했는데, 케주얼한 프렌치였음에도 재료와 맛이 예술이었다. 한국이라면 서래마을이나 고급호텔 가야 이정도 맛볼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도미요리가 맛났던 Dean & DeLuca (텐진 솔라리아 solaria 플라자)



 후쿠오카의 공간이 아담하다면 그 시간은 또한 여유롭다. 일본 특유의 문화는 어느 도시든지 비슷하겠지만, 유독 후쿠오카의 버스나 식당에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니시테츠 西鉄라는 개인 회사가 독점하는 후쿠오카시의 버스는 노선도 다양하고 시간도 정확해 좋지만, 무엇보다 서둘러 승/하차할 필요가 없는게 가장 마음에 든다. 물론 요금 환전하느라 정차 시간 지체하면 기사 속은 부글부글 끓을지 알길 없지만, 만약 당신이 한국의 성남대로를 고속버스의 속도로 누비는 시내버스를 한 번이라도 타봤다면, 분명 니시테츠 버스의 여유로운 서비스에 감탄할것이다. 식당에서는 줄을 서 기다려야할 일도 있겠지만, 반대로 주인장 눈치를 보거나 허겁지겁 급하게 먹을 필요도 없다. 도쿄에 비해 식당/쇼핑가에서 영어 소통하기 좀 더 어려울지 몰라도, 그들에겐 미소와 만국 공통의 바디 랭귀지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번잡하지 않은 후쿠오카 시의 분위기 속에서 이 모든것은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은은한 추억으로 남게된다.

후쿠오카 시 니시테츠 버스(左), 관광객용 1일 무제한 승차권(右)



 만약 후쿠오카 시가 지루해져, 멋진 자연 경관, 역사적인 유적, 온천 힐링등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다면, JR레일패쓰를 구입해 규슈 섬을 돌아다니면 된다. 수산시장의 신선한 우니동이 그리운 고쿠라 小倉, 온천으로 유명한 벳부 別府, 오이타 大分, 유후인 由布院, 예전 프로야구 동계 훈련장으로 유명했던 남국 풍광의 미야자키 宮崎, 멋진 활화산 사쿠라지마 桜島를 배경으로 야끼니꾸돈 焼肉丼이 꿀맛이었던 가고시마 鹿兒島, 모래찜질로 피로를 날렸던 이부스키 指宿, 분화중이라 아쉽게 케이블카 못타고 지나쳤던 아소 阿蘇 산 , 히토요시 人吉를 거치는 내륙 산간 기차여행, 최근 지진으로 파손되 슬픈 구마모토 熊本 성, 장어찜밥 먹고 뱃놀이 하기 좋은 야나가와 柳川, 강가에서 힐링하기 좋은 히타 日田, 복잡한게 매력인 나가사키 長崎에서 짬뽕 한그릇 등등. 앞으로도 후쿠오카/규슈에는 수십번은 더 놀러가게 될듯하다.

가고시마현 이부스키 모래찜질 온천



 사실 이런 이유들보다 후쿠오카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를 고백하자면, 몇번 가봤다고 그새 정이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후쿠오카에 날 아는 사람도, 날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조금 친숙해졌다고 후쿠오카/규슈에서 한번이라도 가봤던 지명을 우연히 TV/잡지에서 보게되면 반가움에 미소짓게된다. 이런 점에서 결국 여행지 추천은 주관적일수 밖에 없지만, 참고로 후쿠오카시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서 매년 순위가 올라 2016년에는 세계 7위에 랭크되었음을 상기해보자. Monocle, Top 25 cities, 2016

나가하마야 長浜屋에서 라멘 먹고 지나친 우나기노키시가와 うなぎのきしかわ
가게 사진 찍어도 되겠냐는 뜻이었는데 주인장이 담배 피다 말고 포즈를 취해줘 당황.
일정이 빠듯해 장어덮밥도 못먹었지만 다음에는 꼭 방문하겠다고 다짐ㅋ


후쿠오카/규슈 맛집 여행 1편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