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福岡나 규슈 九州는 주로 짧은 일정에 현지 문화 체험보다는 먹방 위주로 다녀오는지라,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만나는 현지인이라고는 비니지스 호텔의 리셉셔니스트 receptionist와 식당 주인/종업원이 대부분인데, 만남의 목적이 명확하니 용건이 끝나면 그뿐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일이 흔치않다. 게다가 나는 일본어를 모르고 현지인은 영어를 잘 모르니 호텔을 제외하곤 영어로 깊이있게 대화하기란 쉽지 않다. 영어 단어라도 뜨문뜨문 나열해주면 고맙지만 정작 일본식 영어 발음은 나에겐 일본어만큼 낯설뿐이고...
역시 현지인과 언어가 잘 통해야 여행은 더 즐거운가보다. 텐진 天神역 솔라리아 플라자 solaria plaza 딘앤델루카 dean & deluca의 샴페인 champagne
시음회도 그랬다. 와이너리 (Lepreux-Penet) 오너는 내가 못알아듣는 불어로 프렌젠테이션 할테고 통역은 당연히 더 못알아듣는 일어일테니, 처음엔 설명 듣는 건 포기하고 조용히 샴페인이나 마실 속셈이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샴페인이 맛있길래 오너에게 몇가지 영어로 물어본게 화근이었다. 내가 일본 사람이 아닌걸 알고는 일본계 프랑스인 관계자가 영어로 번역을 해주겠단다. 순전히 나 한 명때문에 영어를 추가해 불어→영어→일어 순으로 총 3개국어로 설명하겠다는건데... 아니 그정도로 와이너리가 궁금한건 아니었다고ㄷㄷㄷ. 시음회 내내 스무명 넘는 다른 참석자들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참석자 전원에게 샴페인이라도 한잔씩 돌렸어야 했나ㅋ.
왼쪽부터 불어, 영어, 일어 순으로 이어지는 샴페인 설명
현지인과 언어는 좀 안 통해도 호감만 있다면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수도있다.
기차 타고 북규슈 여기저기 돌아다닌후 늦은 저녁 오이타 大分에 도착했을 때였다. 맛집을 따로 찾아두지 않은터라 그냥 호텔에서 추천하는 수제비(だんご汁 단고지루), 닭튀김(とり天 도리텐)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알고보니 오이타 향토요리를 내는 꽤 역사 깊은 식당(たかをや
다카오야)인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영어를 좀 공부하셨는지 함께 나눈 대화가 맛난 도리텐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 왔다니 도리텐에 태극기도 꽂아주고 나도 일본국기 달라고 화답하고ㅋ. 서로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 대화는 원활하지 않아도 양국의 우호?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분명히 느낄수 있었다. 오바상~ 영어공부 간바떼 구다사이ㅋ 저도 일본어 공부 시작하겠습니다ㅋ
저녁먹으러 왔다가 한일 우호 증진을 위한 민간 외교 중ㅋ
사실 규슈 여행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언어도 전혀 안 통했던 가고시마 鹿児島의 작은
식당 주인 노부부이다. 가고시마 잠깐 들렀다가 어영부영하던 사이 다음 열차 출발 시간은 촉박하고, 배는 고픈데 가고시마역에
에끼벤 駅弁은 없을테고, 일단 근처 사쿠라지마 桜島행 페리 터미널에 있는
식당에 들렀다. 시간이 촉박하다니까 간단한 라멘 ラーメン을 추천했지만, 도데체 제 정신인건지 가고시마 온 기념으로 흑돼지 덮밥 (黒豚 焼肉丼 구로부타 야키니꾸동)을 주문하고 말았다. 주인 부부가 허겁지겁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제서야 어찌나 죄송한 마음이 들던지ㅠ. 노부부 고생으로 결국 흑돼지 덮밥 맛나게 먹고 열차 시간 맞춰 가고시마역에 도착할수있었다. 돌이켜 보면 참 죄송하고 고마운 기억인데.. 아무래도 올 가을 다시 찾아뵙고 여유있게 이것저것 먹어봐야할것같다.
사쿠라지마 페리 타기 전 잠깐 들러 꼭 밥 드세요
아지신 味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