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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 1.

명절 선물로 무시 못할 샤또 딸보

요새도 먹힐지 모르겠지만 2002년 월드컵 한국 4강 신화 이후, 거스 히딩크(Guus Hiddink)의 와인으로 유명해진 샤또 딸보(Chateau Talbot). 그러나 작심하고 인터넷을 뒤져봐도 히딩크가 직접 딸보를 언급한 인터뷰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단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와인에 대한 언급이 종종 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와인을 좋아하는것은 분명.

"이미 어느 정도 이탈리아에 대한 분석을 끝낸 상태지만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16강을 준비하겠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와인 한잔을 마시며 이 기분을 즐기고 싶다." (2002월드컵 폴란드전 승리후 2002.6.14. 스포스조선)
이날 1998 딸보를 마셨다는데 직접 언급한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2002.6.19 대전일보)

"흥분을 가라앉힌 그는 '간단한 와인 한잔이면 오늘의 승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말한 뒤 스페인과의 4강전에 대비하겠다는 말을 잊지않았다." (2002월드컵 이태리전 승리후 2002.6.18  한국일보)

히딩크가 직접 딸보를 언급한 기사는 찾을 수 없었지만, 당시 그가 머물었던 호텔측의 말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이 숙소인 르네상스서울 호텔에 묵으며 내일 할 일을 내일로 미뤄두고 오늘밤 즐겨 마시는 와인은 샤토 탈보(Chateau Talbot) 레드다."  (2006.6.27 동아일보)
당시 뭘해도 먹어줬던 히딩크이기에 내일 할 일은 내일로 미루는게 당연한 건데도 멋져~!

히딩크 덕분인지 와인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선물로 주고 받는 대중적인 샤또 딸보. 일반적으로 국내 와인 가격은 해외 가격 대비 2~5배 이상 비싼게 보통인데, 샤또 딸보의 높은 국내 인기에 힘입은 수입 과잉으로 해외가보다도 저렴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마트, 2007년 `샤또딸보` 단돈 5만원" (2011.5.13 한국경제)
"2007 Chateau Talbot Avg Price 58,140 ₩ (750ml bottle, ex-tax)" wine-searcher

1977년 데 그라프샤프(De Graafschap)의 히딩크와 1977 빈티지 샤또 딸보


샤또 딸보는 보르도(Bordeaux) 1885년 제정 4등급의 생줄리앙(Saint Julien) 와인으로, 12세기부터 영국령 보르도를 포함한 프랑스 남서부 지역(Aquitaine)을 두고 벌어진 15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의 막바지 참전한, 영국 장교 John Talbot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있다. 딸보 장군 사후 200년 이후에나 샤또 딸보가 언급되고 있고, 프랑스인들도 딸보 장군을 존경했다하니, 본인이 직접 와이너리를 소유했다기 보다는, 이름을 빌린 스타마케팅이 설득력 있겠다. goo.gl/LGxaf6

지금의 보르도 까스띠용(Castillon) 전투의 존 딸보 


힘과 깊이있는 인접한 뽀이악(Pauillac)과 달리, 절제와 균형이 돋보이는 생줄리앙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샤또 딸보. 밴드에이드,말안장,베이컨 냄새와 관련있는 브렛 효모(Brett, Brettanomyces bruxellensis)의 풍미를 종종 보이는데, 결점보다 개성으로 다가온다한다. (bit.ly/AxsF4S 로그인필요)


와인 애호가들의 브렛에 대한 인식
(Previous Poll Decanter.com)

참고로 떼루아를 잘 표현하기로 유명한 CdP 보카스텔에서 엄청난 양의 brett이 검출되었다고 하니, 브렛 풍미의 호불호는 개인적 취향에 맏기는 걸로. goo.gl/yO4jN7


다양한 빈티지의 샤또 딸보를 마셔본 바로는, 마실수록 지역적 특징과 빈티지별 차이를 순수하게 표현해내는 잠재력 있는 와인으로, 설/추석 선물로 흔하다고 무시하면 안될 와인이란 생각이 든다.


2004 Chateau Talbot
같은 빈티지의 다른 생줄리앙에 비해 좀더 농밀한 노즈: 과실,담배,타르,블랙베리에서 점차 바닐라/삼나무향. 우아/섬세함보다는 신선함이 좀더 두드러진다. '04년은 까쇼보다 멜럿이 좀더 낫다고 해도 30%로도 안되는 잘 익은 멜럿의 기름진 풍미가 살짝느껴지는건 착각일까? 셀러링을 좀더 하면 우아하면서도 과실 풍부하니 더 맛나겠다. 누가 딸보가 맛없다했는가? 요새 마시는 족족 맛난 딸보. 2012/1


2002 Chateau Talbot
'08년 연초에는 별루였던걸로 기억이나, Chris Kissack도 '07년엔 별루라 하더니 '11년엔 훨씬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bit.ly/AxsF4S 로그인필요)


2000 Chateau Talbot
예의 딸보의 꼬리함(brett?)도 살짝 있으면서 신선하고 실한 과실의 풍미. 딸보가 이리 풍성하다면 박스채 사두어야한다. 이래서 빈티지가 중요하댔구나. 2011/12


1996 Chateau Talbot
꼬리꼬리한 향에도 산미가 살아있어 의외로 신선하다. 올빈이래서라기보다는 스타일만 다를뿐 다른 짱짱한 와인들 못지 않다.  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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