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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7.

청양고추 보관법

 어묵탕에 쓰려고 청양고추를 구입했는데 쓰고 남은 양이 너무 많다. 꽈리고추라면 볶아서 먹겠지만 청양고추 요리법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으니 아무래도 오랫동안 보관하게 될 것 같다. 인터넷 검색으로 청양고추 보관법을 찾아보니 블로그 등에 다양한 팁들이 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팁이 빠져있어 놀라고 분하다.
 청양고추를 냉동해 장기 보관하기 위해서는, 베이킹 소다로 잘 씼어 혹시 모를 농약을 제거하고, 키친 타월로 물기를 꼼꼼히 제거하고, 농약 성분이 많다는 꼭지를 모두 따내고, 고추씨는 오래되면 검게 변색된다니 잘 털어 모두 빼고, 얼린 청양고추는 물러져 칼로 썰기 힘드니 미리 썰어 보관하면 좋다고 한다. 이렇게 두 움큼 정도의 청양고추를 손질하고 나니 손바닥이 따끔하면서 얼얼하다. 청양고추가 원인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혹시 갱년기 증상인가 싶어 낙심하다가 손바닥이 더 뜨겁고 아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래도 병원 응급실까지 가는건 좀 오버지 싶어 일단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캡사이신 화상'이라는 증상인 것 같다. 매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입안이 얼얼한 것처럼 고추를 많이 만지면 손에도 비슷한 증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 검색해보니 고추 손질후 손이 너무 아파서 바로 손질용 기계를 구입했다는 등 다양한 경험담이 이제서야 눈에 띈다. 한 박스도 아니고 단지 두 웅큼의 청양고추 손질에도 손이 이리 아프다니 놀랍고, 매운 요리를 즐겨먹는 한국인의 입천장은 얼마나 고통에 단련된 것인지 더 놀랍다.
 캡사이신 화상을 입었다면 아이스팩을 쥐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손에 남은 캡사이신을 씻어내야 통증이 좀 더 빨리 사라진다고한다. 식용유로 손을 씻으면 캡사이신을 녹여 씻어낼 수 있다는데 개인적으로 로션이나 핸드크림을 잘 발라 닦아내도 비슷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통증이 좀 가라앉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갑자기 화가 난다. 청양고추 보관법 팁에는 아무런 거짓말이 없었는데도 원망스럽다. 청양고추 장기보관 팁이 궁금하다는 것은 청양고추를 많이 손질해보지 않은 사람이 처음으로 다량의 고추를 구입해 손질하겠다는 것일터, 손이 아플수 있으니 반드시 장갑을 끼고 손질하라는 주의사항을 왜 빠뜨린 것인지 궁금하다. 청양고추를 손질해보지 않은 사람이 인터넷에서 모은 정보를 짜깁기하여 청양고추 보관법을 설명하는 것일까? 아니면 장갑을 끼고 고추를 손질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라 언급할 필요성을 못느낀 것일까? 사실 고추씨를 모두 뺀다고 맨손으로 고추씨를 유별나게 많이 만지기는 했다. 이제 통증이 다 가셨으니 고추 얘기는 이쯤에서 그만.

2020. 12. 31.

2020년 와인 생활 결산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가 구글 블로그 환경 변화에 깜짝 놀랐다.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별로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겠지만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글쓰기 에디터 환경이 좀더 개선된것 같다. 문제는 전체 포스팅에 지정해둔 나만의 문서 스타일을 해제해야 변화를 실감할텐데 과거 문서들은 또 어떻게 변할지 알수 없어 해제를 못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거들떠도 안보던 과거에 세삼 연연하고 있는 꼴이란... 요새는 읽는 사람보다 (너튜브) 보는 사람이 훨 많은데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고있다.
 올해는 와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한해이다. 사치스러운 한해여야 겠지만 와인을 워낙 좋아하니 몰래라도 마시고 싶은 그런것. 코로나로 친구들과 와인을 못마신 지도 벌써 일년이 다 되간다. 감염경로나 방역지침 위반 뉴스에서 동호회나 와인파티가 언급될 때면 몇가지 이유로 가슴이 철렁하다. 다행히 친구들 중에는 감염/격리된 사람이 없으니 그들의 자제력과 방역당국에 감사할 따름이다.
 한숨을 돌리고 올 한해 와인 관련 생각을 정리해 보려니 갑자기 화가 치민다. 유래없는 봉쇄로 유럽에선 버리는 와인이 부지기수라는데 왜 국내 와인 가격은 그대로인가? 아무리 국내에선 집콕으로 와인 소비가 늘었다 해도 수입 원가를 더 낮출수 있는데 왜 가격은 내리지 않는가? 혹시 수입사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알음알음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걸까? 
 기대보다 와인 가격이 내려가지 않아 실망이 큰 와중에 그나마 이마트의 행보는 기억에 남는다. 올해부터인가 G7 시리즈와 별개로 이마트 소싱 칠레/스페인 와인을 5천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달지만 청량감이 좋았던 화이트가 인상 깊었다. 거기에 더해 한번은 7천원대 G7과 1.4만원대 까바를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반값에 판매한 적도 있어 여러병 구입했다. 이마트 정도 되는 규모니까 저가 와인을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는거라 생각한다면 왜 중저가 와인은 가격이 그대로인가? 백화점에서 날리는 와인 장터 문자 메시지의 와인 가격은 코로나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최근 고공행진중인 증시를 보건데 있는 사람은 코로나 전후 별 차이가 없고 그래서 중저가 와인의 소비 대상에도 변화가 없어 와인 가격도 그대로인걸까?
 2020년 마지막 날 와인 가격에 급발진하는 이유는 샴페인을 능가한다는 광고를 보고 구매한 칠레 스파클링에서 역시나 샴페인은 커녕 칠레스러운 맛이 나기때문이다. 기포는 비교적 섬세한 편이지만 튀는 과실향에 기분은 좋지만 샴페인의 풍미와는 전혀 다르다. 올해 한국 와인 도전 뽀그리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는데 그 상이 대상이 아니라 참가상은 아닌지 확인 못한 내가 바보다. 설마 심사 위원들이 입맛보다 돈맛에 길들어졌을리 있겠는가? 아니면 수입사에서 잘 묵혀 특히 맛좋은 와인을 제공했는지도 모를일. 와인 생활 10여년에 아직도 와인 맛을 모르는 나에게 토하는 울분이었다. 내년에는 친구들과 줌으로 모여 와인을 마실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줌 설치야 시행착오를 거치면 어찌 되겠지만 친구들과 놀면서 오버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이기 영 쑥스러우니...

2018. 6. 28.

서울시청 지구마을 공정무역가게 커피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


공정무역의 개념과 취급 상품은 뭔지도 모른채 생각없이 커피향에 이끌려 방문;;;


평일 오후 3시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간신히 자리잡고 앉았더니 옆 테이블 중년남자와 젊은 여자의 대화가 마치 같은 테이블처럼 또렷이 들린다.
직장 상하관계로 짐작되는데 대화를 주도하는 여자의 음성에서 상사와의 어색함을 덜려는 절박함을 나는 보았다.
나중에 합류하기로한 다른 동료의 전화에 갑자기 여자의 톤이 밝아지는걸 보고 확신했기에ㅋ
나의 선입견에 뜬금없이 난도질당한 그 남자는 어쩌면 부하직원들 사이 인기있는 상사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중에 합류한 여자 동료와 함께 더 밝아진 그 여자의 음성에 안도하며
나 포함 네명 모두 홀가분한 마음으로 커피를 홀짝였다.


참 정작 중요한 아메리카노는 지난 겨울 기준 2.2천원
종이컵 냄새 거슬리고 산미는 좀 약하지만, 진한 풍미 무난하니 빈좀 살걸그랬나?

(특정 시간 특정 음식에 대한 개인적 느낌임을 밝힙니다)

2018. 6. 3.

사라지기전 동네중국집


독특한 식감의 수타면 짜장/짬뽕에 요리까지 싼데 맛난 용산 용궁반점이 최근 폐업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슬픔/충격/공포에 빠졌다. 뒤늦게 그래서 더 다급하게 다른 데도 확인해보니, 유니짜장이 맛난 용산 국보성도 폐업ㅠ, 아직 짜장면을 먹지 못했는데 한양대 한양각도 오래전 폐업ㅠㅠ. 모두 동네주민을 상대로한 소박한 중국집/중식당이지만, 한국식 젠트리피케이션에서는 상상도 못할 몇십년째 영업으로, 오랜 시간의 경험과 노하우와 여유가 녹아든 간짜장, 유니짜장, 볶음밥을 내던 곳들이었다. 그 동네 주민도 아닌 경기도민이 굳이 광역버스에 지하철, 시내버스 환승해 수고롭게 찾아가 그 맛에 감탄한 나머지 용산으로 이사를 고민했었기에, 예상하지 못한 폐업에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충격과, 앞으로 동네에는 홍콩반점0410이나 교동짬뽕 프렌차이즈만 남는게 아닐까 공포에 휩싸인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동에는 맛난 '동네' 중식당이 네 곳이나 - 대원각/상해루/홍보석/초동반점 - 그것도 200여 미터 반경안에 모여있다. 모두 배달 위주 중식당이지만 클래식한(옛날) 분위기 물씬 풍기는 홀에서는 배달보다 저렴한 가격에 짜장/짬뽕을 맛볼수도있다. 간짜장 맛있길래 몇년째 영업중이시냐고 주인장께 물어보니 20년 넘게 장사중이라기에 놀랐다. 다른데도 대부분 20년 이상이라고들 하니 그냥 오랜 영업을 뜻하는 대명사일지도 모르지만, 동네의 역사와 함께 오랜 시간 영업해왔고 지금도 저렴하고 맛난 한끼 식사로 동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간짜장 맛나게 다 비우고 나니 슬픔/충격/공포가 조금은 걷히는것도 같다.

어쩌면 상대원2동의 중식당 밀도가 특별한게 아니라, 예전부터 동네마다 같은 밀도로 중식당 여러개 있었는데 나만 몰랐던 건지도 모른다. 역시 상대원동 근처 지하철 신흥역 주변만해도 지금은 폐업한 미도반점에, 궁금한 중식당만해도 명동반점/동성각/돈대봉/미도향 등 여럿 있다. 얼마전 천안 가는 길에 성환에 들렀는데 그 작은 동네에 동순원/향미원/대성식당/산동대반점 등 중식당 많아 놀란적도 있다. 최근 폐업했는지 간판은 그대로인 산동대반점은 규모가 꽤 큰데 진작에 방문하지 못해 안타깝기만하다. 구시가에만 옛날 중식당이 남아있는줄 알았는데, 분당 신도시도 벌써 20년이 넘은터라 찾아보면 오래된 동네 중식당을 발견할수 있다. 정자동만해도 서로 지근거리에 있는 일월담/동해루는 스타일은 전혀 달라도 오래된 역사와 간판 캐릭터만큼은 동일하다. 

일월담의 간짜장과 동해루의 탕수육을 먹으면서 슬픔과 충격에서는 완전히 벗어났지만, 공포는 여전히 잠재되어있다. 두곳 모두 주인장 연세가 있고, 종업원 없이 주인장 내외뿐, 배달은 하지않고, 주말에는 쉬거나 단축영업을 한다. 다른 곳도 대부분 주인장 연세 많고 인건비 압박으로 종업원 없이 주인장 내외만 영업하는 데 많아서, 대략 10년안에 절반이상 폐업하지 않을까 두렵다. 웍질에 칼질에 중식 주방일 특히 힘든지 젊은 사람들은 중식에 도전하지않고, 기술의 발전으로 마트에서 초마짬뽕을 구입할수도 있으니, 동네 중식당은 모두 사라지고 레토르트 기반 중식 체인점만 난립하지 않을까 두렵다.

어찌보면 한국 중식의 역사는 거듭된 절망을 딛고 일어선 끊질긴 생명력의 역사였다. 120여년전 중국 산둥성 출신 노동자들의 한끼 식사 짜장미엔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짜장면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해방/전쟁후 재산권 제한으로 많은 화교들이 상업/농업에서 요식업으로 전환해 중식당이 많이 늘어났다고한다. 잘 숙성된 것처럼 위장하기위해 춘장에 첨가한 카라멜색소는, 이젠 검은색 짜장면만 봐도 침이 고이니 다른 색 춘장은 상상조차 할수 없다. 주인장의 노령화로 오래된 동네 중식당은 자취를 감출것이고, 꾸준히 자리를 지켜보려해도 임대료 상승으로 역시 자취를 감추겠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레토르트나 체인점 중식맛은 그럭저럭 먹을만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미래를 그냥 받아들이겠는가?




2018. 5. 27.

짜장이냐 짬뽕이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요새 중국집에서 자주 점심을 먹다보니 오랫동안 잊고 있던 문제에 다시 부딪쳤다; 짜장면을 먹을것인가 짬뽕을 먹을것인가? 이미 오래전 짬짜면의 등장으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정작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던것. 라드유에 볶아낸 춘장/양파의 고소한 짜장면이냐? 아니면 불맛나게 볶은 야채로 얼큰함의 차원을 끌어올린 짬뽕이냐? 선택은 분명 쉽지않아서 근원적으로 보이기까지한다. 짜장면과 짬뽕을 동시에 맛볼수 있는 짬짜면이 기대이하의 파급력으로 이제는 배달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도 이를 입증한다. 짬뽕 맛집이나 짜장면 맛있다는 중식당은 많아도, 정작 짬짜면 맛집은 없지않은가?

그러나 우리는 짜장과 짬뽕 사이 선택을 뛰어넘어야한다. 짜장-짬뽕은 진정한 대립이 아니며, 사실 그 둘은 또다른 관계/가능성을 은폐하기 위한 공모관계임을 깨달아야한다. 짜장-짬뽕 사이 선택은 더 맛있는 것의 선택이 아니라 덜 맛없는 것의 선택, 이제는 둘 다 질려버려 한끼 점심에서 조차 희망을 잃은 현실의 징후/증상. 짜장면은 더이상 라드유로 볶지않으며, 양파는 더이상 칼솜씨를 발휘해 유니 스타일로 내지않는다. 짬뽕은 더이상 야채 불맛을 느낄수없고 맵고 텁텁한 국물에는 홍합인지 지중해담치인지 껍데기만 산처럼 쌓아낸다. 이제 우리는 짜장-짬뽕의 해묵은 원환에서 벗어나 밥류-면류라는 새로운 관계를 상상해내야만한다.

따라서 볶음밥-짬짜면의 새로운 대립/관계는 눈여겨볼만하다. 단순히 볶음밥을 주문하면 짜장소소+짬뽕국물 같이 나오기 때문에 한꺼번에 맛볼수 있다는 문제가 아니다. 볶음밥에 내는 짜장소스는 짜장면과 다르고, 볶음밥에 내는 짬뽕국물은 짬뽕과 다르다. 볶음밥용 짜장소소+짬뽕국물에는 기본적으로 웍을 사용하지 않기에, 짜장면/짬뽕의 맛을 짐작조차 할수없다. 그보다 우리는 볶음밥이 선사하는 새로운 맛의 차원/조화에 눈을 뜨게 된다. 계란/대파/당근/돼지고기 잘게 다져 쎈 불에 볶아낸 볶음밥에서 우리는 고소한 맛과 자유로운 식감의 원형을 본다. 춘장과 고추기름의 자극 없이도 고소한 맛이 존재함에 감탄할 것이며, 정제탄수화물 면발의 일차원적 직선 운동으로는 상상조차 못할, 기름에 한톨한톨 코팅된 밥알의 무한한 자유도에 놀라 혀가 꼬일지도/쥐날지도 모른다.

잡채밥도 대안이 될수있지만, 맨밥 대신 볶음밥으로 내는 잡채볶음밥은 경계해야한다. 쫄깃한 당면에 불맛/고추기름 맛 좋은 야채/고기는 맨밥에 비벼 먹어야 잡채밥의 제맛을 느낄수 있다. 잡채만으로 꼬소할 자신없을때 슬쩍 볶음밥으로 고소함을 보충하려는 편법이며, 아무리 잡볶밥이 맛있다한들 그것은 결국 짬짜면의 전철을 밟을수밖에없다. 서울에서는 맛본적 없지만 인천에서는 짬뽕밥에 맨밥 대신 볶음밥을 내는데가 있었다. 매콤한 짬뽕국물에 고소한 볶음밥 한술 적셔먹으면 새로운 맛의 차원이 열리니, 짬뽕밥 주문시 일이천원이라도 더내고 맨밥대신 볶음밥으로 내줄수 있나 물어라도보자.

오늘날 짜장-짬뽕보다 더 뜨겁고 더 어려운 이슈는 탕수육 부먹-찍먹 사이 선택일 것이다. 배달 위주 중식 문화에서 해결은 분명 쉽지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친구사이라도 말도 없이 소스 들이부었다고 책망하기보다는, 왜 탕수육 튀김옷은 손쉬운 찹쌀튀김이 대세가 됐으며 바삭하지도 않은지, 왜 쬐끄만 고기는 부드럽지 않고 잡내가 스치는지, 왜 소스는 달기만하고 야채/과일 신선하지도 푸짐하지도 않은지 먼저 따져야한다. 거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배달 주문보다 직접 가게/홀에서 먹어야한다. 예상외로 집 근처에는 맛난 동네 중식당이 아직은 많이 숨어있다.


2018. 5. 21.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씨앗


최근 운이 좋았는지 맛집을 많이 찾아냈다. 돈보다 시간/마음의 여유가 없어 음식 맛은 고사하고 그저 끼니만 때우는 사람이 대다수인걸 감안하면, 맛집을 찾아다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운이 좋다고 해야하겠다. 그동안 경험에 비춰볼때 맛있는 요리에는 네가지 패턴이 있다고 주장하고싶다; 비주얼/밸런스/메모리/임팩트. 다시 말해 맛있는 요리란 보기 좋거나, 튀는맛 없거나, 추억의 맛이거나, 아니면 매운맛처럼 자극적인 요리거나...

예를 들어 프렌치 정식 요리는 맛도 좋지만 아름다운 플레이팅으로 더 유명하지않나? 크고 하얀 접시를 그림처럼 채운 요리는, 때론 서양화처럼 화려하게, 때론 동양의 수묵화처럼 담백하게, 마치 회화나 조각 작품을 감상하듯, 맛보지않아도 맛있다는걸 알수있을것만같다. 비록 실제 맛이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이미 마음은 르부르/퐁피두라, 맛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게 된다.
시각적인 쾌감은 강렬한 첫인상에 비해 싫증나기도 쉬운데, 결국 음식의 목적은 미(美)적 감각보다 혀의 미각 위의 촉각이기 때문. 그런 한계를 애써 외면하고자 프렌치나 그 아류인 퓨전 한식들은 더욱 전위적인 플레이팅에 아스트랄한 가격표를 붙이는것일지도 모른다.

프렌치보다 저렴하면서 미(味)적 감각을 자극하는 요리의 대표는 슴슴한 평양냉면 아닐까? 맑은 고기 육수 한가운데 섬처럼 떠있는 메밀면 타래는 그 자체 작은 우주라는 주장은 잠시 제쳐두더라도, 육향과 곡향의 미묘한 밸런스는 그 어떤 전문가도 그 비율을, 심지어 그 성분조차 사골인지 사태인지 동치미인지 마시쩡(msg)인지 가늠하기 힘들게다. 뜨거운 여름이 다가올수록, 메밀 비율과 육수 성분만으로도 무한한 가설이 넘치는 블로그를 목도하노라면, 조만간 우주상수를 능가하는 맛의 밸런스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현실의 평양냉면 메카 서울의 냉면담론을, 최근 평양 대동강 옥류관에 다녀온 백지영을 대표로한 남측 예술단이 어떻게 해체할지도 새로운 관전 포인트. 서울-평양이 세상의 전부인것 같아도, 정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은 일본 고베에 있다는 사실도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흔들어놓는다.

비주얼/밸런스보다 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맛의 패턴은 김혜자 아니 고향의 맛이다. 우연히 들른 구시가 허름한 백반집에서 만난/맛난 어릴적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 맛은 어떠한 이론/공식으로도 재현할수 없다. 그것은 문제는 레시피가 아니라 오랜 시간 잊고있었던 엄마 ㅅㅏㄹㅏㅇ ㅎㅐ. 보통은 7,80년대풍 허름한 식당에서 어릴적 추억과 마주치는게 일반적이지만, 어쩌다 들른 아웃백에서도 그놈/그년과의 추억에 부시맨빵이 달콤쌉쌀할때도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점포수가 줄고있다니 이런 추억도 조만간 사라지겠구나.

매운맛으로 대표되는 자극적인 맛도 음식의 중요한 즐거움 중 하나일것. 불족발, 매운짬뽕, 매운떡볶이, 심지어 매운돈까스까지 다양한 요리의 매운맛이 젊은층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있다. 심지어 밀레니엄에 반짝 인기였던 불닭은 불닭볶음면으로 다시 돌아와 외국인들의 k-pop 리액션만큼 인기있는 먹방 컨텐츠로 재미와 국뽕을 동시에 잡았다. 한국사회 매운맛의 인기 원인에 대한 분석과 전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하지만, 얼얼한 통각으로 모든 맛을 평정하는 패권적인 매운맛에 대한 분노에서부터 우리는 시작해야한다. 저쪽에선 시각적 자극만을 강조하는 반동적 요리가 득세하고 있는데, 이쪽에선 매운맛에 우리의 혀와 상상력이 저당잡혀있다. 이런 측면에서 불닭볶음면 먹방과 치킨 ASMR은 그들의 무기로 그들을 공격하는, 팝아트의 등장만큼 통쾌한 시도라고 봐야한다. 그러나 미적 감각의 회복만으로는 부족하고 우리는 그 이상 더 먹어야/나아가야 한다.

어쩌면 혼밥족의 증가는 우리의 무기력한 혀를 깨우는 기회가 될수도 있다. 혼자서 말없이 오물오물 씹다보면 맨밥도 달게 느껴지기 마련, 새로운 미각에 눈 뜨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더 큰 도전은 그 다음에 놓여있다. 어떻게 혼밥에서 ㅅㅏㄹㅏㅇ을 찾아낼수 있을까? 마을부엌이나 마을급식은 실현 가능한 것일까? 이노가시라 고로 井之頭五郎가 '하라가했다' 腹が 減った라고 할때 우리는 배고픔보다 더한 배아픔을 본다. 고로의 라멘 먹방을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면서 컵라면을 먹고있는 우리들은, 소피스트가 난무하는 이 시대의 외로운 플라톤들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2018. 2. 26.

중구 을지로 안동장 (굴짬뽕&군만두)



서울지하철 2,3호선 을지로역 코앞 중식당 안동장
70년 역사의 노포라는데 리모델링을 했는지 실내외 깔끔하다.


점심시간 지나 종업원들 식사중임에도 1층(2층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반이상 손님이 찼다.
궁금한 요리가 많지만 (중식은 언제나 궁금) 오늘은 간단히 굴짬뽕만 주문


겨울한정인지 인기메뉴인지 굴짬뽕 전용 메뉴판까지 걸려있다.
굴이 비싼건지 서울시내 땅이 비싼건지 짬뽕 가격이 평냉가격을 쫓아가려한다ㄷㄷ
메뉴상에는 시원한 맛이라지만 결론적으로는 비교적 느끼한 맛이었다ㅠ


간장/고추가루/후추/식초 투명한 용기에 담겨 깔끔해 보인다.
고추가루/후추는 유리병인데 왜 간장/식초병은 대부분 중식당에서 멜라민을 쓰는지 급 의문..


짬뽕 주문후 내온 반찬은 깍뚜기, 단무지, 생양파/춘장


아삭하니 무난한 단무지


살짝 맵고 새콤한 깍두기


맵지않고 아삭하니 시원한 맛/식감의 생양파는 (결론적으로) 오늘 가장 맛난 요리ㅠ
다른 메뉴가 별로이기도 했지만 양파 자체도 참 맛났다 ^^;


짬뽕만 먹기 심심해 군만두도 주문했는데 KFC 같은 패스트푸드보다 더 빨리나왔다ㄷㄷ
한번 튀겨둔걸 다시한번 살짝 튀겨낸걸까? 어쨋든 수제만두 비주얼로 기대감 상승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군만두 간장은 간장 조금 + 후추 살짝 + 고추가루 많이 + 식초 더많이 조합
겨우 4가지 양념/소스뿐이지만 이걸로도 엄청나게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가능한다ㅋ


두께 적당한 만두피 좀더 바삭하면 좋겠지만 찹쌀같이 쫄깃한 식감에 고기위주 만두속 무난한편.
문제는 기름에 살짝 찌든듯 깔끔한 맛 부족하니 개인적으로 먹어본 군만두중 중하위권.


일단 배추만 보이고 국물이 상당히 기름져 보이는 굴짬뽕 (안매운맛)


헤쳐보니 제법 알 굵은 굴이 대여섯개 정도 들어있다.


얇고 쫄깃한 돼지고기도 있는데 왜 한점뿐일까? 원래 들어가는건지 우연히 들어간건지 알쏭달쏭.
그외 팽이버섯/고추/부추 등 건더기가 들어있다.


발사진이라 잘 안보이겠지만 노란색의 두툼한 면발은 쫄깃함 없고 심지어 살짝 불은 식감ㅠ
한번의 경험으론 섣부른 판단이지만 이집 면요리에 대한 모든 기회는 과감히 접는 걸로;;;


메뉴 설명과 달리 상당히 기름진 국물


다행히 간은 적당하고 굴과 푸짐한 배추로 느끼함은 덜하다.


근처 서호장도 그렇고 서울시내 중심 유명 노포 중식당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반감되고있다ㅠ
일일향/서래향/대성관 같은 핫한 중식당 치고 올라오는데, 노포들은 추억으로만 유지되는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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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짬뽕 먹고 있는데 등산복 차림의 노인 한 분이 가게로 들어선다.
식사손님인줄 알았지만 테이블이 아닌 주방으로 성큼성큼 향하더니 페트병에 생수를 채워가겠다고한다.
종업원이 외국인인지 상황을 이해못하고 우물쭈물하니, 노인이 갑자기 큰소리로 화를 내기 시작하는데ㄷㄷㄷ
식당주인인지 카운터에 있는 남자는 수수방관, 결국 식사중인 손님 한 명이 큰소리로 나무래 내쫓은 해프닝이 있었다.
상황이 갑작스럽긴 했지만 어쨌거나 수수방관했던 내자신이 실망스럽고,
개인 성격탓으로 돌리기에는 뜬금없이 화내는 노인들을 여러번 목격해 왠지 심란했더랬다.
몇주후 늦은밤 운전중인 버스기사를 괴롭히는 노인을 목격해 이때다 싶어 운전 방해하지 말라고 큰 소리쳤더니,
노인의 타겟이 나로 바뀌어 나보고 따라 내리라고한다ㄷㄷ 다른 승객들 도움이 없었다면 멱살 잡혀 끌려갔을지도ㅋ
짬뽕이 맛없으니 잡설만 길어지는구나ㅠ

(특정 시간 특정 음식에 대한 개인적 느낌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