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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7.

청양고추 보관법

 어묵탕에 쓰려고 청양고추를 구입했는데 쓰고 남은 양이 너무 많다. 꽈리고추라면 볶아서 먹겠지만 청양고추 요리법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으니 아무래도 오랫동안 보관하게 될 것 같다. 인터넷 검색으로 청양고추 보관법을 찾아보니 블로그 등에 다양한 팁들이 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팁이 빠져있어 놀라고 분하다.
 청양고추를 냉동해 장기 보관하기 위해서는, 베이킹 소다로 잘 씼어 혹시 모를 농약을 제거하고, 키친 타월로 물기를 꼼꼼히 제거하고, 농약 성분이 많다는 꼭지를 모두 따내고, 고추씨는 오래되면 검게 변색된다니 잘 털어 모두 빼고, 얼린 청양고추는 물러져 칼로 썰기 힘드니 미리 썰어 보관하면 좋다고 한다. 이렇게 두 움큼 정도의 청양고추를 손질하고 나니 손바닥이 따끔하면서 얼얼하다. 청양고추가 원인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혹시 갱년기 증상인가 싶어 낙심하다가 손바닥이 더 뜨겁고 아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래도 병원 응급실까지 가는건 좀 오버지 싶어 일단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캡사이신 화상'이라는 증상인 것 같다. 매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입안이 얼얼한 것처럼 고추를 많이 만지면 손에도 비슷한 증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 검색해보니 고추 손질후 손이 너무 아파서 바로 손질용 기계를 구입했다는 등 다양한 경험담이 이제서야 눈에 띈다. 한 박스도 아니고 단지 두 웅큼의 청양고추 손질에도 손이 이리 아프다니 놀랍고, 매운 요리를 즐겨먹는 한국인의 입천장은 얼마나 고통에 단련된 것인지 더 놀랍다.
 캡사이신 화상을 입었다면 아이스팩을 쥐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손에 남은 캡사이신을 씻어내야 통증이 좀 더 빨리 사라진다고한다. 식용유로 손을 씻으면 캡사이신을 녹여 씻어낼 수 있다는데 개인적으로 로션이나 핸드크림을 잘 발라 닦아내도 비슷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통증이 좀 가라앉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갑자기 화가 난다. 청양고추 보관법 팁에는 아무런 거짓말이 없었는데도 원망스럽다. 청양고추 장기보관 팁이 궁금하다는 것은 청양고추를 많이 손질해보지 않은 사람이 처음으로 다량의 고추를 구입해 손질하겠다는 것일터, 손이 아플수 있으니 반드시 장갑을 끼고 손질하라는 주의사항을 왜 빠뜨린 것인지 궁금하다. 청양고추를 손질해보지 않은 사람이 인터넷에서 모은 정보를 짜깁기하여 청양고추 보관법을 설명하는 것일까? 아니면 장갑을 끼고 고추를 손질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라 언급할 필요성을 못느낀 것일까? 사실 고추씨를 모두 뺀다고 맨손으로 고추씨를 유별나게 많이 만지기는 했다. 이제 통증이 다 가셨으니 고추 얘기는 이쯤에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