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아낸 순대국. 푸짐하게 얹어낸 아삭한 대파에 따로낸 향긋한 부추까지 부어 섞으면 향과 식감은 배가된다. 비교적 맑은 국물은 잡내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니 들깨가루만 더해 먹어도 맛나고, 반쯤 먹다 다대기를 풀면 또다른 맛으로 2부를 즐기는 기분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즐길수 있다보니 아직까지 천원 더 비싼 매운맛 순대국 맛을 못보고있다. 살코기와 지방이 적당히 섞인 머릿고기 푸짐하니 처음부터 밥을 말면 국물을 떠먹기 힘들 정도라 먼저 고기와 부추를 건져서 새우젓에 찍어 먹는다. 소주만 시키면 이게 바로 요리 수육. 빨리 밥을 말아 먹고 싶은데 먹어도 먹어도 고기가 줄지 않으니 먹다 지쳐 잠드는 극락의 기분이란게 이런걸까싶다. 국밥에는 아삭하고 시원한 깍두기 반찬만 있으면 되는데 아삭하면서도 살짝 익어 감칠맛까지 더한 배추김치까지 있으니 반찬마저 번갈아 먹는 재미가 있다.
순대국이란 이름은 감자탕 못지않게 모순적인 이름이라 순대국에 순대는 메인이 아니므로 흔한 당면 순대라도 잡내만 없다면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냄새 하나 잡는게 어려운 것인지 아무리 맛난 순대국이라도 순대에서 고무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더이상 먹고싶지않다. 그러니 맛난 순대국에 야채까지 든 수제 순대가 들어있다면 이는 마치 맛난 케이크에 체리까지 얹어낸 셈. 통통한 순대 한점 건져 쌈장 찍고 생양파에 올려 먹으면 아삭하고 부드러운 모순된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한여름 에어컨 빵빵한 데서 삼계탕을 들이키는 기분이자 한겨울 후끈한 방안에서 시원한 동치미를 들이키는 기분. 소주만 시키면 이게 바로 모듬 순대.
맛있는 순대국의 결정적 조건은 이런 순대국집이 근처 가까운데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순대국 전문가도 아닌데 아무리 맛있는 순대국이라도 멀리까지 찾아가 먹어야 한다면 그건 맛 자체보다는 그집의 역사/문화 같은 이야기가 더해진 맛일것이다. 이상의 조건을 갖춘 순대국 맛집이 분당 미금역 근처 박가네 순대. 격주 월요일 휴일이 늘 헛갈렸는데 이번에 매주 일요일로 휴일이 변경되어 내키는 대로 순대국을 먹을수 있게 되었다. 이 겨울 다 가기 전에 겨울 한정 매생이굴국밥도 먹어볼 계획.
(특정 시간 특정 음식에 대한 개인적 느낌임을 밝힙니다)